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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쓸모

쌀가루 집에서 갈아보고 싶다고 중고 홈밀 맷돌 1세대 산 후기

코로나가 길어지면서 저도 집에서 무언가 만드는 취미가 더 생겼습니다. 바로바로 제빵입니다.

크게 돈을 투자하고 싶은 생각은 없어서 원래 집에서 토스터로 쓰는 미니 오븐 꺼내놓고 스텐 반찬통에 식빵을 만들고 있습니다. 

그래도 좀 그럴싸하지요? 하지만 우리집 아이는 그동안 제가 만든 식빵은 잘 안먹더니 오늘은 식빵이 맛있다면 해맑게 얘기합니다. 어제는 엄마가 시간이 없어서 뚜레주르에서 사온거야... 

그래도 나는 내가 만든 빵이 더 맛있다...

 

빵을 만들다보니 통밀가루도 넣어보고 강력쌀가루도 넣어보고 다양한 빵을 더 시도해봤는데요. 그러면서 집에 맵쌀, 현미, 찹쌀이 많은데 굳이 쌀가루를 사먹어야 되나 싶은 생각도 들고 더 다양한 곡물가루를 넣어보고도 싶은 생각에 사로잡히게 됩니다. 

 

빵 만드는 영상을 많이 보다보니 이런 영상이 저의 추천 목록에 나오더라구요.

youtu.be/fhqWm4OQw18?t=228

Nutrimill 이라는 가정용 제분기입니다. 가지고 싶다!! 

하지만 미니오븐에 제빵하는 주제에 너무 과분한 가격 ㅋㅋ

이 영상을 보니까 또 추천되는 영상에는 가루뿐만 아니라 땅콩까지 갈아서 땅콩 버터를 만드는 획기적인 제분기도 나옵니다. Wondermill 이란 제품이예요. 역시나 가지고 싶네요.

youtu.be/AtDM4IxsrpA?t=100

하지만 형편에 맞춰서 쓸만한 제분기가 없을까 고민하던 차에 파스타 면 뽑는 기계로 유명한 마카토사의 마르가 물리노라는 제분기도 있다는 걸 알게됩니다. 15만원선에 쿠팡에서 구매할 수 있더라구요. 하지만 물이 묻으면 안됨. 엄청 예민! 손으로 돌리지않고 모터를 달면 확 비싸짐.  

youtu.be/hn7Qb0bOEwA

그래서 검색하고 검색하다가 우리나라 홈밀맷돌을 알게되었습니다. 

장미칼 같은 그런 존재 ㅋㅋ 홈쇼핑 방송에서는 뭐든 갈아버리지만, 후기에서는 1분만에 멈췄다 안갈린다. 20만원어치 떡을 사먹고 만다. 하는 과격한 후기가 많은 제품이죠. 

방송을 보면 다 갈아버린다고 하지만 자세히 보면 입자가 큰걸 알 수 있습니다. 당시에는 30만원 가까운 가격에 팔고 있었네요. 

youtu.be/R3f3QMa-SNY

그래도 홈쇼핑에 가짜 기계를 가져다 놓은 건 아닐테고 제가 원하는 정도의 소량 제분은 충분히 가능할 것 같아서 중고로 구매하기로 했습니다. 혹시나 잘안갈아지더라도 버리자 하는 심정으로 당근마켓에서 3만원 이하에 사는 것이 목표였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판매물품이 없어서 네이버에 검색했더니 조금 흠집은 있지만 잘 돌아간다는 중고 홈밀맷돌을 중고매매상이 팔고 있길래 3만원 이하에 구매했습니다. 

 

받아보니 조금 겉에 흠집은 있지만 거의 새 제품이었고 기계 내부에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난다고 해서 열어보니 굵기 조절하는 톱니가 부서져있더라구요. 톱니에 맞물려서 맷돌 유격이 조절되는 원리였어요. 

그래도 저는 제분용으로만 쓰려고 했던거기 때문에 최대한 돌아는가지만 유격이 적게 되도록 조정하고 닫아서 돌려보니 잘 돌아가더라구요. 욕심껏 최고로 유격이 없게 했더니 맷돌이 아예 안돌아가더라구요.

 

그래서 모든 세팅을 마치고 찹쌀을 갈아보았습니다. 불리지 않은 찹쌀입니다.

보이시나요? 넣자마자 쏵쏵 잘 갈려서 나옵니다. 모터가 너무 빨라서 온 사방으로 쌀가루가 흩날리긴 합니다. 배출구로  가루가 저만큼 나왔는데 기계에 가루가 저만큼 앉은거예요. 그래서 전원을 끄고 배출구에 비닐을 싸주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전원을 키니 안돌아갑니다. 아! 나도 1분만에 멈춘 것인가 생각이 들었지만, 아까 유격이 좁아지면 안돌아간다는 걸 알았기 때문에 뚜껑을 열어보니 맷돌 사이에 쌀이 한가득 있더라구요. 그걸 살살 털어주고 돌리니 다시 잘돌아갑니다.

비닐로 싸주었지만 그래도 어디선가 미세한 가루가 뭉게 뭉게 피어오릅니다. 

 

다 갈고난 뒤에 고운 체에 쳐봤습니다. 고운가루 60 거친가루 40 정도 비율입니다. 거친가루는 다시 기계에 여러번 넣어봤지만 더 갈리지 않고 그냥 통과해서 나옵니다. 그래서 큰 쌀을 섞어서도 해봤는데 그래도 비율은 변함이 없었습니다. 저는 맷돌이 돌아갈 수 있는 최소한의 유격을 준 것이기 때문에 더 이상 유격을 줄일수도 없고 이 정도 갈리는 것이 맞는 것 같습니다. 홈쇼핑에서 쌀 가는 걸 봐도 좀 비슷해보입니다. 다만 체가 고운 체가 아니고 성근 체인 듯. 

 

찹쌀 2컵 갈고난 뒤의 기계 상황입니다. 거친가루를 여러번 더 넣었더니 더 난장판이 되었네요. 

 

기대하던만큼 고운 가루를 많이 얻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믹서에 불린 쌀가루를 갈아본 경험이 있는 저로서는 이 제품이 마른 가루를 갈 수 있다는 장점이 분명히 있다고 보여집니다. 믹서에 갈려면 쌀을 씻어서 불려서 다시 물기가 없도록 말려서 갈아야 하거든요. 그리고 보관도 냉동실에 해야하는데 냉동실에 자리없어요..

 

오늘 만든 찹쌀가루는 일부는 와플 만드는데도 넣고, LA 찹쌀파이도 도전해보려고 하구요. 거친 가루는 쪄서 인절미 만들어먹으려고 합니다. 

 

내일은 현미가루도 도전해보려구요. 현미가 제분이 가능하면 오트밀과 호밀같은 통곡물을 사서 가루를 내볼까합니다. 

감자같은 걸 갈면 믹서랑 다르게 적당히 질감이 있어서 강판에 간 것 같은 감자전을 먹을 수 있다고 하니 그것도 도전해보려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