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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쓸모

휘슬러 원액기로 두부 만들기 (feat 식초+소금)

서리태 불려서 밥에 넣어 먹으면 맛있는데 아이들은 별로 안좋아하죠. 저는 친정엄마께서 가을이면 메주콩과 서리태를 몇 말씩 사서 보내주세요. 열심히 먹는다고 먹어도 지금도 딤채에 들어가는 커다란 김치통으로 한가득 있어요. 

햇콩이 왔는데 묵은 콩을 먹을 수 없어서 두부를 만들어보려고 검색해봤어요.

간수가 없이도 두부를 만들 수 있다고 해서 처음에는 믹서로 갈아서 만들어봤는데 힘들어서 다시 하기가 어려웠어요. 

갈은 콩물을 자루에 넣어서 짜는 작업이 보통 힘이 드는 게 아니었어요. 그것 때문에 한동안 안하고 있었는데요.

 

두둥! 원액기가 생겼어요. 

원액기로 갈면 비지와 콩물이 자동 분리! 되니까 쉽게 두부를 만들 수 있겠다 생각을 했는데

현실은 콩물에 고운 비지가 포함되어 있어서 자루에 거르지 않고 만드니까 식감이 별로인 두부가 되었어요.

그래서 그 뒤로는 콩물을 한 번 더 걸러주고 만들어요. 

콩물은 꼭 고운 자루에 한 번 더 걸러줘야 부드러운 두부 완성 가능

그리고 중요한 건 하루 전에 콩을 미리 씻어서 물을 충분히 넣고 불려줘야 해요. 

저는 서리태와 메주콩을 작은 밥공기로 한 공기씩 섞어서 불려두었어요. 

콩사진은 못 찍었는데요. 메주콩은 그래도 좀 잘 불려지는 편인데요. 서리태는 반나절 정도만 불리고 원액기에 넣었더니 충분히 불려지지가 않은 상태라서 갈리지 않고 기계가 괴로워하기만 하고 콩물은 나오지 않더라구요. 

그래서 믹서를 꺼내서 다시 갈아서 두부를 만들었는데, 불려지지 않은 콩에서는 단백질이 물에 잘 흘러나오지 않은 탓인지 두부가 아니라 가루국이 되어서 콩만 버리고 힘만 들었던 적이 있어요. 

 

콩은 꼭 하루 전에 씻어서 불려두기

 

콩물을 받은 자루를 솥에서 꺼내서 콩물이 나오도록 짜줍니다. 큰 볼 위에 큰 체를 두고 하면 편하게 할 수 있어요. 설거지 걱정이 되시겠지만, 저는 저 볼과 체 콤보를 두부를 만들때도 사용할꺼예요. 

이게 힘이 들기 때문에 열심히 안하고 적당히 짜주었습니다. 

좌측 : 콩물에서 나온 비지 vs 우측 : 원액기에서 나온 퓨레 비지

비지를 원액기에서 자체적으로 나온 퓨레 비지와 비교한 사진인데요. 거친 정도가 사진으로도 확 느껴지시죠. 저는 첫번째 나온 퓨레는 물을 조금 더 넣어서 원액기에 돌렸는데요. 그러면 콩물쪽이 비지가 더 많이 섞이긴 하더라구요. 그러면 저는 퓨레는 너무 거칠어서 버리구요. 콩물에서 나온 비지는 김치랑 돼지 고기 넣고 녹주빈대떡인 것 처럼 부쳐먹기도 하고, 밀가루랑 깨, 설탕, 기름을 좀 첨가해서 반죽해서 두부 과자를 만들어 먹기도 합니다. 이 두부과자는 아이들에게도 인기가 많아요. 이건 또 나중에 포스팅할께요. 

 

콩물은 끓으면서 거품이 나며 넘칠 수 있기 때문에 여유 있는 큰 솥에서 끓이기

 

저는 큰 솥에 바로 콩물을 받았는데요. 콩물은 자체로도 거품이 많고, 끓어오르기 시작하면 한도끝도 없이 거품이 일어나기 때문에 작은 솥에 찰랑찰랑하게 차도록 했다가는 인덕션이나 가스레인지 청소하는 날이 되실꺼예요. 반도 안되게 찬다 싶은 정도로 큰 솥을 이용해주세요. 

 

간수를 대신할 소금+식초물 만들기

콩물을 끓이기 시작하면서 간수 대신 사용할 소금+식초물을 만들어줍니다. 소금은 천일염을 사용하였습니다. 소금 한 스푼, 식초 2스푼 넣고 소금이 잘 녹을 수 있을 정도의 물을 반 공기 정도 넣어서 미리 녹여두었습니다. 소금과 식초 양은 준비한 콩의 양에 따라 다르니까 간도 보시고 두부가 엉기는 걸 보시면서 조절해서 준비한 소금+식초물을 넣어주면 됩니다. 검색에 의하면 소금은 간을 맞추고, 식초는 단백질을 엉기게 하는 역할을 한다고 하는데요. 제 경험으로는 천일염도 엉기는데 역할이 분명히 있습니다. 준비한 소금+식초물이 모자라서 두부가 앙 엉길때 식초만 더 넣어서는 잘 안되더라구요. 소금이 더 들어가야 함. 

 

간수 대신 소금+식초믈 사용. 간은 준비한 콩 양에 따라서 

 

콩물을 저어주면서 끓입니다. 잘 눌어붙기 때문에 백프로 안 눌어붙게 하기는 힘든데요. 그래도 열심히 젓지 않으면 바닥이 타서 두부에서 탄 내가 나게 됩니다. 열심히 저어주세요. 그러면 끓을 때 거품이 마구마구 올라옵니다. 

콩물이 끓어오르는 모습

콩물이 끓으면 불을 끄고 준비한 소금+식초물을 부어줍니다. 마구 섞으면 안되구요. 몇 번 주걱으로 갈라준다는 느낌으로 살살 섞어주면 됩니다. 그러면 몽글몽글 두부가 엉기는 걸 보실 수 있습니다. 

 

바로 떠서 먹으면 순두부구요. 오늘은 좀 짭짤하게 되었네요.

물을 빼고 굳히면 두부죠. 

두부틀을 검색해보니 그것도 가격이 만만치 않더라구요. 저는 원액기를 산 것이 아니라 얻은 것이기 때문에 구성품 두부틀은 못 받았어요. 그렇다고 비싼 두부틀 사기는 아까우니까 아까 콩물 짤 때 이용했던 볼+체를 이용합니다. 체 위에 거를 수 있는 천을 얹고 엉긴 콩물을 부어줍니다. 두부 모양은 예쁘지는 않지만, 천 모퉁이를 모아서 고무줄로 묶어주면 대충 모양이 나와요. 누르지 않아도 충분히 단단한 두부가 나옵니다. 

두부틀 없어도 두부 만들기 가능!

 

10~20분 정도 기다리면 두부가 완성됩니다. 짜잔. 모양은 별로지만, 집에서 만들어서 고소하고 맛있어요. 

완성된 두부는 4등분 해서 하나는 김치 볶아서 두부김치 해먹을려서 썰어두었습니다. 반찬이니까 조금만.

나머지는 밀폐용기에 잘 넣어서 내일 두부동그랑땡, 두부 된장국을 끓여먹으려구요.

서리태, 메주콩 반반 두부라서 약간 푸르스름한 색이네요. 고운 질감이 잘 보이시죠?  

 

비지는 바로 드세요. 금방 상해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두부는 팔팔 끓여서 만든 것이기 때문에 며칠씩 두고 먹어도 되는데요. 비지는 생콩을 하루나 불려서 둔 거기 때문에 냉장고라도 하루이틀만 지나도 바로 곰팡이가 나더라구요. 두고 드시려면 냉동실에 넣으셔야 해요. 아니면 바로 드세요. 

 

생각보다 만드는 작업은 어렵지 않아서 일주일에 한번 정도씩은 해먹고 있어요. 모든 요리가 그렇듯이 만드는 작업보다는 뒷정리가 조금 귀찮기는 해요. 그래도 막상 마트에서 두부를 살까 하다가도 만들면 되는데 하고 내려놓게 되더라구요. 엄마가 주신 콩 다 먹을 때까지는 열심히 해먹을 것 같아요. 

 

요리 고수들이 알려준 방법보다는 실패를 여러번 해본 제 두부만들기 글이 좀 도움이 되셨으면 좋겠어요.

휴롬 같은 원액기 가지신 분들은 꼭 두부 만들기 해보세요.